2014년 3월 8일에 시행한 법원직 9급 공무원 시험 국어 기출문제입니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문1∼문4】
(가) 벌레 먹은 두리기둥, 빛 낡은 단청, 풍경 소리 날러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 큰 나라 섬기던 거미줄 친 옥좌 위엔 여의주 희롱하는 쌍룡 대신에 두 마리 봉황새를 틀어 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 소리도 없었다. 품석 옆에서 정일품, 종구품 어느 줄에도 나의 몸 둘 곳은 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 양이면, 봉황새야 구천에 호곡하리라.
<조지훈, ‘봉황수’>
(나) 나는 떠난다. 청동의 표면에서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의 새가 되어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 하나의 소리가 되어. 인종은 끝이 났는가. 청동의 벽에 ‘역사’를 가두어 놓은 칠흑의 감방에서 나는 바람을 타고 들에서는 푸름이 된다. 꽃에서는 웃음이 되고 천상에서는 악기가 된다. 먹구름이 깔리면 /하늘의 꼭지에서 터지는 뇌성이 되어 가루 가루 가루의 음향이 된다.
<박남수, ‘종소리’>
(다)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 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육사,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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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1】 (가), (나), (다)에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대상을 의인화하여 표현하였다.
② 역사적 현실에 대한 체험을 표현하였다.
③ 과거의 반성을 통하여 미래를 제시하였다.
④ 전통적 리듬을 변용하여 새로운 리듬을 창조하였다.
【해설】 (가)와 (다)는 일제 암흑기를 배경으로 역사적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과 극복 의지를 다룬 작품이다. (나)에서도 제2연을 보면 자유를 구속당한 절망의 역사가 함축되어 있다. 곧 역사적 현실을 배경으로 종소리의 의미를 자유의 확산이라는 이미지로 형상화한 것이다. 따라서 정답은 ②이다. 【정답】 ② |
【문 2】 (나)에 나타난 시적 화자의 태도로 가장 알맞은 것은?
① 현실로부터 도피하려 한다.
② 주체적 자아를 확립하려 한다.
③ 현실 극복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
④ 현재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있다.
【해설】 (나)는 종소리를 의인화하여 자유를 구속하는 억압을 극복하고 자유가 확산되기를 소망한 작품이다. 화자는 ‘청동의 벽’인 종의 몸체를 ‘칠흑의 감방’으로, 울리지 않는 상태의 종소리를 어두운 감옥에 가두어 놓은 ‘억압’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부조리한 현실을 극복하고 울려 나오는 종소리는 ‘푸름’, ‘웃음’, ‘악기’, ‘뇌성’ 등으로 변조되고, 소망과 행복과 평화의 정서와 더불어 자유가 확산되는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다. 【정답】 ③ |
【문 3】 다음에서 ㉠과 가장 유사한 시적 의미가 나타난 시행은?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 비정의 함묵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유치환,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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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3행
③ 6행
④ 7행
【해설】 ㉠에서 절망적 한계상황에 놓인 화자는 관조적인 성찰의 자세로 현실 상황을 생각해 본다. 제시한 시 ‘바위’에서 이러한 성찰의 자세가 반영된 부분은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이다. 내적 성찰과 단련, 그리고 극기의 과정이 함축돼 있다. 【오답풀이】 ①~② 2행과 3행은 화자가 사랑이나 연민, 기쁨과 노여움 등의 감정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구절이다. ④ ‘생명도 망각하고’는 유한한 생명이 지닌 감정이나 집착, 허무 등을 초월한다는 말이다. 【정답】 ③ |
【문 4】 다음은 (다)에 대한 감상이다. 작품 자체의 내재적 의미만을 주목한 것은?
① 이 시를 쓴 시인은 의지력이 대단한 것 같아. 겨울과 같은 상황을 무지개로 바꾸어 생각한다는 것이 보통 사람들에게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어?
② 시인의 현실적 상황에 대한 인식이 놀라워. “서릿발 칼날진 그 위”는 일제 치하의 극한적 상황을 정말 실감 있게 표현한 구절이야.
③ 이 시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가르쳐 주는 것 같아.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삶의 자세를 가지라는 교훈이 담겨 있잖아.
④ 겨울과 강철, 그리고 무지개의 연결은 그 발상이 놀라워. 겨울에 무지개를 본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그리고 강철로 된 무지개라면 사라지지도 않을 거야.
【해설】 내재적 의미만을 주목하여 감상한다는 말은 작품 자체의 내적 구조와 요소만으로 작품을 이해하는 내재적 관점, 즉 절대론적 관점에 의해 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④는 발상과 표현의 측면에서 감상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관점에 해당된다. 【오답풀이】 ①~③은 시인(표현론), 사회적 현실(반영론), 독자(효용론) 등과 결부하여 감상하고 있으므로 외재적 관점에 해당된다. 【정답】 ④ |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5∼문8】
화설, 조선국 세종 조 시절에 한 재상이 있으니, 성은 홍이요, 명은 모(某)라. 대대 명문거족으로 소년 등과하여 벼슬이 이조판서에 이르매, 물망이 조야에 으뜸이요, 충효겸비하기로 이름이 일국에 진동하더라. 일찍 두 아들을 두었으니, 일자는 이름이 인형이니 정실 유씨 소생이요, 일자는 이름이 길동이니 시비 춘섬의 소생이라. 선시(先是)에 공이 길동을 낳을 때에 일몽을 얻으니, 문득 뇌성벽력이 진동하며 청룡이 수염을 거사리고 공에게 향하여 달려들거늘 놀라 깨달으니 일장춘몽이라. 심중에 대희하여 생각하되 내 이제 용몽을 얻었으니 반드시 귀한 자식을 낳으리라 하고, <중략> 길동이 점점 자라 팔세 되매 총명이 과인하여 하나를 들으면 백을 통하니 공이 더욱 애중하나, 근본이 천생이라, 길동이 매양 호부 호형하면, 문득 꾸짖어 못하게 하니 길동이 십 세 넘도록 감히 부형을 부르지 못하고 비복 등이 천대함을 각골 통한하여 심사를 정치 못하더니, 추구월 망간을 당하매 명월은 조요하고 청풍은 소슬하여 사람의 심회를 돕는지라. 길동이 서당에서 글을 읽다가 문득 서안을 밀치고 탄식하여 가로되, ㉠<“대장부 세상에 나매 공맹을 본받지 못하면 차라리 병법을 외어 대장인을 요하에 빗기 차고 동정서벌하여 국가에 대공을 세우고 이름을 만대에 빛냄이 장부의 쾌사라.> 나는 어찌하여 일신이 적막하고 부형이 있으되 호부 호형을 못하니 심장이 터질지라. 어찌 통한치 않으리요.” 하고 말을 마치며 뜰에 내려 검술을 공부하더니, 마침 공이 또한 월색을 구경하다가 길동의 배회함을 보고 즉시 불러 물어 가로되, “네 무슨 흥이 있어 야심토록 잠을 자지 아니 하느냐.” 길동이 공경하여 가로되, “소인이 마침 월색을 사랑함이어니와 대게 하늘이 만물을 내시매, 오직 사람이 귀하오나 소인에게 이르러는 귀함이 없사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오리이까.” 공이 그 말을 짐작하나 짐짓, ㉡“네 무슨 말인고.” 길동이 재배하여 가로되, “소인이 평생 설운 바는 대감 정기로 당당하온 남자가 되었사오매 부생모육지은이 깊삽거늘 그 부친을 부친이라 못하옵고 그 형을 형이라 못하오니, 어찌 사람이라 하오리이까.” 하고 눈물을 흘려 단삼을 적시거늘 공이 청파에 비록 측은하나 만일 그 뜻을 위로하면 마음이 방자할까 저어 크게 꾸짖어 가로되, “재상가 천비소생이 비단 너뿐이 아니거늘 네 어찌 방자함이 이 같으뇨. 차후 다시 이런 말이 있으면 안전에 용납지 못하리라.” 하니 길동이 감히 일언을 고치 못하고, 다만 복지유체뿐이라. 공이 명하여 물러가라 하거늘 길동이 침소로 돌아와 슬퍼함을 마지 아니하더라. 길동이 본디 재기 과인하고 도량이 활달한지라, 마음을 진정치 못하여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더니, 일일은 길동이 어미 침소에 가 울며 고하여 가로되, “소자가 모친으로 더불어 전생연분이 중하여 금세에 모자가 되오니 은혜 망극하온지라. 그러나, 소자의 팔자 기박하여 천한 몸이 되오니 품은 한이 깊사온지라. 장부가 세상에 처하매 남의 천대받음이 불가하온지라. 소자 자연 기운을 억제치 못하여 모친 슬하를 떠나려 하오니 복망 모친은 소자를 염려치 마시고 귀체를 보중하소서.” 그 어미 청파에 크게 놀라 가로되, “재상가 천생이 너뿐이 아니거든 어찌 협한 마음을 발하여 어미 간장을 사르느뇨.” 길동이 대답하여 가로되, “옛날 장충의 아들 길산은 천생이로되, 십삼 세에 그 어미를 이별하고 운봉산에 들어가 도를 닦아 아름다운 이름을 후세에 유전하였으니, 소자 그를 효칙하여 세상을 벗어나려 하오니 모친은 안심하사 후일을 기다리소서. 근간 곡산모의 행색을 보니 상공의 총을 잃을까 하여 우리 모자를 원수같이 아는지라, 큰 화를 입을까 하옵나니, 모친은 소자 나감을 염려치 마소서.” 하니 그 어미 또한 슬퍼하더라. 원래 곡산모는 본디 곡산 기생으로 상공의 총첩이 되었으니, 이름은 초란이라, 가장 교만 방자하여 제 심중에 불합하면 공에게 참소하니 이러므로 가중폐단이 무수한 중, 저는 아들이 없고 춘섬은 길동을 낳아, 상공이 매양 귀히 여김을 심중에 앙앙하여 없이함을 도모하더니, 일일은 흉계를 생각하고 무녀를 청하여 가로되, “나의 일신을 평안케 함은 이곳 길동을 없애기에 있는지라. 만일 나의 소원을 이루면 그 은혜를 후히 갚으리라.” 하니 무녀 듣고 기꺼워 가로되, “지금 흥인문 밖에 일등 관상녀가 있으니, 사람의 상을 한번 보면 전후 길흉을 판단하나니 이 사람을 청하여 소원을 자세히 이르고 상공께 천거하여 전후사를 본 듯이 고하면 상공이 필연 대혹하사 그 아이를 없애고자 하시리니 그때를 타 여차여차하면 어찌 묘계 아니리이까.” 초란이 크게 기뻐하여 먼저 은자 5백 냥을 주며 상자를 청하여오라 하니 무녀 하직하고 가니라.
<홍길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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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5】 위 글로 미루어 알 수 있는 당시의 사회상으로 가장 거리가 먼 것은?
① 관리들의 부패가 매우 심하였다.
② 입신양명을 매우 가치 있게 여겼다.
③ 역술과 같은 무격 사상이 성행하였다.
④ 엄격한 신분 사회로 적서의 차별이 심하였다.
【해설】 제시문 자체로는 ①의 내용을 추리할 수 없다. 【오답풀이】 ② ㉠ < >에 잘 나타나 있다. ③ 끝부분에 ‘초란’이 무녀를 불러 흉계를 꾸미고 있다. ④ 서자 길동이 호부호형도 하지 못하고 입신양명이 어려웠으며, 사람들이 천대했다는 부분으로 알 수 있다. 【정답】 ① |
【문 6】 다음 중 단어의 뜻풀이가 잘못된 것은?
① 과인하여 :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
② 소슬하여 : 으스스하고 쓸쓸하여
③ 짐짓 : 일부러
④ 저어 : 안타깝게 여겨
【해설】 ④ ‘저어’는 ‘저어하다’의 어근으로 ‘저어하다’는 염려하거나 두려워한다는 말이다. 【정답】 ④ |
【문 7】 ㉠과 같은 생각이 가장 잘 나타난 것은?
① 가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이 밤인들 어두우랴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이시랴.
② 간밤에 부던 바람 눈서리 치단 말가
낙락장송이 다 기울어 가노매라
하물며 못다 핀 꽃이야 일러 무슴 하리오.
③ 장검을 빼어들고 백두산에 올라보니
대명천지에 성진이 잠겼에라.
언제나 남북풍진을 헤쳐 볼까 하노라.
④ 내해 좋다 하고 남 슳은 일 하지 마라
남이 한다 하고 의 아니면 좇지 마라.
우리는 천성을 지키어 삼긴 대로 하리라.
【해설】 ③은 전운(성진)에 싸인 혼란한 세상에서 남북풍진(남쪽 왜구와 북쪽 여진족)을 평정하겠다는 장부의 피 끓는 기개가 잘 나타나 있는, 남이 장군의 구국충정의 노래이다. ㉠과 잘 어울리는 시조이다. 【오답풀이】 ① 단종에 대한 일편단심의 충절을 노래한, 박팽년의 시조이다. ② 계유정난으로 인해 충신들이 희생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 유응부의 시조이다. ④ 맹자의 성선설에 바탕을 두고 성리학적인 도의를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교훈적으로 일깨우는, 변계량의 작품이다. 【정답】 ③ |
【문 8】 ㉡에 함축된 화자의 심리 태도로 가장 알맞은 것은?
① 질책
② 의문
③ 동조
④ 연민
【해설】 전후 문맥을 보자. ㉡ 앞에서는 “공이 그 말을 짐작하나 짐짓”이라고 했고, 뒤에서는 “공이 청파에(듣는 걸 마치매) 비록 측은하나 만일 그 뜻을 위로하면 마음이 방자할까 저어 크게 꾸짖어 가로되”라고 하였다. ‘연민(憐憫)’은 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긴다는 말이고, ‘질책(叱責)’은 꾸짖어 나무란다는 말이다. ㉡에는 자식의 처지를 이해하고 연민하는 마음도 들어 있지만 자식이 잘못될까봐 걱정되어 질책하고자 하는 의도가 더 크다고 보기 때문에, ①을 더 적합한 정답이라고 본다. 【정답】 ① |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9∼문13】
(가) 그래 내 어저께 싸운 것이지 결코 장인님이 밉다든가 해서가 아니다. 모를 붓다가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까 또 승겁다. 이 벼가 자라서 점순이가 먹고 좀 큰다면 모르지만, 그렇지도 못한 걸 내 심어서 뭘 하는 거냐. 해마다 앞으로 축 거불지는 장인님의 아랫배(가 너머 먹은 걸 모르고 내병이라나, 그 배)를 불리기 위하야 심으곤 조곰도 싶지 않다. “아이구, 배야!” 난 몰 붓다 말고 배를 씨다듬으면서 그대루 논둑으로 기어올랐다. 그리고 겨드랑에 꼈든 벼 담긴 키를 그냥 땅바닥에 털썩 떨어치며 나도 털썩 주저앉었다. 일이 암만 바뻐도 나 배 아프면 고만이니까. 아픈 사람이 누가 일을 하느냐. 파릇파릇 돋아 오른 풀 한 숲을 뜯어 들고 다리의 거머리를 쓱쓱 문태며 장인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논 가운데서 장인님이 이상한 눈을 해 가지고 한참 날 노려보드니 “너, 이 자식, 왜 또 이래, 응?” “배가 좀 아파서유!” 하고 풀 우에 슬며시 쓰러지니까 장인님은 약이 올랐다. 저도 논에서 철벙철벙 둑으로 올라오드니 잡은 참 내 멱살을 웅켜잡고 뺨을 치는 것이 아닌가…….
<중략>
“난 갈 테야유. 그동안 사경 쳐 내슈, 뭐.”“너, 사위로 왔지 어디 머슴 살러 왔니?” “그러면 얼찐 성롈 해 줘야 안 하지유. 밤낮 부려만 먹구 해 준다, 해 준다…….” “글쎄, 내가 안 하는 거냐, 그년이 안 크니까…….” 하고 어름어름 담배만 담으면서 늘 하는 소리를 또 늘어놓는다. 이렇게 따져 나가면 언제든지 늘 나만 밑지고 만다. 이번엔 안 된다 하고 대뜸 구장님한테로 단판 가자고 소맷자락을 내끌었다. “아, 이 자식이 왜 이래, 어른을.” (나) 그 전날, 왜 내가 새고개 맞은 봉우리 화전밭을 혼자 갈고 있지 않었느냐. 밭 가생이로 돌 적마다 야릇한 꽃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고 머리 우에서 벌들은 가끔 ‘붕, 붕.’ 소리를 친다. 바위틈에서 샘물 소리밖에 안 들리는 산골짜기니까 맑은 하눌의 봄볕은 이불 속같이 따스하고 꼭 꿈꾸는 것 같다. 나는 몸이 나른하고 몸살(을 아즉 모르지만 병)이 날랴구 그러는지 가슴이 울렁울렁하고 이랬다.
<중략>
그러나 이 날은 웬일인지 성한 밥째루 밭머리에 곱게 나려놓았다. 그리고 또 ㉠내외를 해야 하니까 저만큼 떨어져 이쪽으로 등을 향하고 옹크리고 앉어서 그릇 나기를 기다린다.내가 다 먹고 물러섰을 때, 그릇을 와서 챙기는데 난 깜짝 놀라지 않었느냐. 고개를 푹 숙이고 밥함지에 그릇을 포개면서 날더러 들으래는지 혹은 제 소린지 “밤낮 일만 하다 말 텐가!” 하고 혼자서 쫑알거린다. ㉡고대 잘 내외하다가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난 정신이 얼떨떨했다. 그러면서도 한편 무슨 좋은 수나 있는가 싶어서 나도 공중을 대고 혼잣말로, “그럼 어떻게?” 하니까, “성예시켜 달라지 뭘 어떻게.” 하고 ㉢되알지게 쏘아붙이고 얼굴이 발개져서 산으로 그저 도망질을 친다. (다) 구장님도 내 이야기를 자세히 듣드니 퍽 딱한 모양이었다. 하기야 구장님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다 그럴 게다. 길게 길러 둔 새끼손톱으로 코를 후벼서 저리 탁 튀기며 “그럼 봉필 씨! 얼른 성옐 시켜 주구려, 그렇게까지 제가 하구 싶다는 걸…….” 하고 내 짐작대루 말했다. 그러나 이 말에 장인님이 삿대질로 눈을 부라리고 “아, 성례구 뭐구 기집애년이 미처 자라야 할 게 아닌가?” 하니까 고만 멀쑤룩해서 입맛만 쩍쩍 다실 뿐이 아닌가……. “그것두 그래!” “그래, 거진 사 년 동안에도 안 자랐다니 그 킨 은제 자라지유? 다 그만두구 사경 내슈…….” “글쎄, 이 자식아! 내가 크질 말라구 그랬니, 왜 날 보구 떼냐?” “빙모님은 참새만한 것이 그럼 어떻게 앨 낳지유?(사실 장모님은 점순이보다도 귓배기 하나가 적다.)”
<중략>
그러나 이 말에는 별반 신통한 ㉣귀정을 얻지 못하고 도루 논으로 돌아와서 모를 부었다. 왜냐면, 장인님이 뭐라구 귓속말로 수군수군하고 간 뒤다. 구장님이 날 위해서 조용히 데리구 아래와 같이 일러 주었기 때문이다. (뭉태의 말은 구장님이 장인님에게 땅 두 마지기 얻어 부치니까 그래 꾀였다구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않는다.)(라) 이렇게 말하자면 결국 어젯밤 뭉태네 집에 ㉤마슬 간 것이 썩 나뻤다. 낮에 구장님 앞에서 장인님과 내가 싸운 것을 어떻게 알었는지 대구 빈정거리는 것이 아닌가. “그래 맞구두 그걸 가만둬?” “그럼 어떻거니?” “임마, 봉필일 모판에다 거꾸루 박아 놓지 뭘 어떡해?” 하고 괜히 내 대신 화를 내 가지고 주먹질을 하다 등잔까지 쳤다. 놈이 본시 괄괄은 하지만 그래 놓고 날더러 석유값을 물라구 막 ㉥찌다우를 붙는다. 난 어안이 벙벙해서 잠자코 앉었으니까 저만 연신 지꺼리는 소리가 “밤낮 일만 해 주구 있을 테냐?” “영득이는 일 년을 살구두 장갈 들었는데 넌 사 년이나 살구두 더 살아야 해?” “네가 세 번째 사윈 줄이나 아니, 세 번째 사위.” “남의 일이라두 분하다, 이 자식아. 우물에 가 빠져 죽어.” 나종에는 겨우 손톱으로 목을 따라구까지 하고, 제 아들같이 함부루 ㉦훅닥이었다. (마) 실토이지 나는 점순이가 아츰상을 가지고 나올 때까지는 오늘은 또 얼마나 밥을 담었나 하고 이것만 생각했다. 상에는 된장찌개하고 간장 한 종지, 조밥 한 그릇, 그리고 밥보다 더 수부룩하게 담은 산나물이 한 대접, 이렇다. 나물은 점순이가 틈틈이 해오니까 두 대접이고 네 대접이고 멋대루 먹어도 좋나, 밥은 장인님이 한 사발 외엔 더 주지 말라고 해서 안 된다. 그런데 점순이가 그 상을 내 앞에 나려놓며 제 말로 지껄이는 소리가 “구장님한테 갔다 그냥 온담 그래!” 하고 엊그제 산에서와 같이 ㉧되우 쫑알거린다. 딴은 내가 더 단단히 덤비지 않고 만 것이 좀 어리석었다, 속으로 그랬다. 나도 저쪽 벽을 향하야 외면하면서 내 말로 “안 된다는 걸 그럼 어떻건담!” 하니까, “쇰을 잡아채지 그냥 둬, 이 바보야!” 하고 또 얼굴이 빨개지면서 성을 내며 안으로 샐죽하니 튀들어 가지 않느냐. 이때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게 망정이지 보았다면 내 얼굴이 에미 잃은 황새새끼처럼 가여웁다 했을 것이다. (바) 내가 머리가 터지도록 매를 얻어맞은 것이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가 또한 우리 장인님이 유달리 착한 곳이다. 여느 사람이면 사경을 주어서라도 당장 내쫓았지, 터진 머리를 불솜으로 손수 지져 주고, 호주머니에 히연 한 봉을 넣어 주고, 그리고 “올 갈엔 꼭 성례를 시켜 주마. 암말 말구 가서 뒷골의 콩밭이나 얼른 갈아라.” 하고 등을 뚜덕여 줄 사람이 누구냐. 나는 장인님이 너무나 고마워서 어느덧 눈물까지 났다. 점순이를 남기고 인젠 내쫓기려니 하다 뜻밖의 말을 듣고, “빙장님! 인제 다시는 안 그러겠어유…….” 이렇게 맹서를 하며 ㉨불랴살야 지게를 지고 일터로 갔다. (사) “아! 아! 이놈아! 놔라, 놔, 놔…….” 장인님은 헷손질을 하며 ㉩솔개미에 챈 닭의 소리를 연해 질렀다. 놓긴 왜, 이왕이면 호되게 혼을 내 주리라 생각하고 짓궂이 더 댕겼다마는, 장인님이 땅에 쓰러져서 눈에 눈물이 피잉 도는 것을 알고 좀 겁도 났다. “할아버지! 놔라, 놔, 놔, 놔놔.” 그래도 안 되니까, “얘, 점순아! 점순아!” 이 악장에 안에 있었든 장모님과 점순이가 헐레벌떡하고 단숨에 뛰어나왔다. 나의 생각에 장모님은 제 남편이니까 역성을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순이는 내 편을 들어서 속으로 고수해서 하겠지……. 대체 이게 웬 속인지(지금까지도 난 영문을 모른다.) 아버질 혼내 주기는 제가 내래 놓고 이제 와서는 달겨들며 “에그머니!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 하고 내 귀를 뒤로 잡어댕기며 마냥 우는 것이 아니냐. 그만 여기에 기운이 탁 꺾이어 나는 얼빠진 등신이 되고 말었다. 장모님도 덤벼들어 한쪽 귀마저 뒤로 잡아채면서 또 우는 것이다. 이렇게 꼼짝도 못 하게 해 놓고 장인님은 지게막대기를 들어서 사뭇 나려조겼다. 그러나 나는 구태여 피할랴지도 않고 암만해도 그 속 알 수 없는 점순이의 얼굴만 멀거니 들여다보았다. “이 자식!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도록 해?”
<김유정, 「봄·봄」(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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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9】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옳지 않은 것은?
① 희극적인 인물의 모습과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갈등 양상이 잘 드러난다.
②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사건을 서술하여 독자에게 객관적 신뢰감을 형성한다.
③ 사투리, 토속어, 비속어, 잘 다듬어지지 않은 말투 등을 익살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④ 1930년대 농촌을 배경으로 미래의 장인과 머슴처럼 대우받는 미래 사위 간의 갈등, ‘나’와 점순의 순박한 사랑을 해학적으로 그리고 있다.
【해설】 ② 1인칭 주인공 시점은 맞지만 이 글은 독백 형식, 혹은 고백체 서술에 가까우므로 주관적 서술 태도를 지니고 있다. 친근감은 강하지만 1인칭 관찰자 시점에 비해 객관적 신뢰감은 약하다. 【정답】 ② |
【문10】 위 글을 읽고 파악한 등장인물들의 성격으로 가장 옳지 않은 것은?
① ‘나’는 어수룩하고 순박함
② ‘장인’은 교활하고 욕심이 많음
③ ‘점순’은 당돌하고 야무진 성격임
④ ‘뭉태’는 사리를 밝힐 줄 알고, 남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함
【해설】 (라)를 보면 ‘뭉태’의 성격이 드러난다. ‘괄괄하다’고 했으니 성질이 세고 급하다는 것이고, ‘찌다우’ 즉 허물을 남에게 전가하는 짓도 하면서 ‘나’에게 빈정거리고 있다. 따라서 ④는 성격을 잘못 파악한 것이다. 【정답】 ④ |
【문11】 위 글을 시간적 순서대로 올바르게 구성한 것은?
① (가) - (나) - (다) - (라) - (마) - (바) - (사)
② (가) - (나) - (라) - (다) - (마) - (사) - (바)
③ (나) - (가) - (다) - (라) - (마) - (사) - (바)
④ (나) - (가) - (라) - (다) - (마) - (바) - (사)
【해설】 이 작품은 역순행적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결말이 절정 부분 속에 삽입되어 있기 때문에 (사)-(바)의 순서가 되고, 앞부분은 구장에게 담판 지으러 가는 과정에서 (가)-(다)가 된다. 이것으로도 정답이 ③임을 알 수 있다. 서사적 순서를 순행적으로 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1) 3년 7개월 전 : '나'가 데릴사위로 들어 옴. (2) 작년 봄 : '나'가 배탈이 나서 끙끙대다가 장인한테 돌을 맞아서 발목이 삠. (3) 엊그제 : ㉠ 봄이 됨(점순이와 '나'의 마음이 울렁거림) ㉡ 점순이의 1차 충동질 → (나) (4) 어제 : ㉠ 꾀병을 부리다가 장인에게 뺨을 맞음 → (가) ㉡ 구장에게 따지러 감. → (다) ㉢ 뭉태네 집에 놀러감 → (라) (5) 점순이의 2차 충동질 → (마) (6) 관격이 났다고 꾀병을 부림. (7) 나와 장인의 싸움 → (사) (8) '나'가 잘못을 뉘우치고 일하러 감. → (바) 【정답】 ③ |
【문12】 (나)와 (마)의 내용을 참고할 때, (사)에서 점순이가 이중적 태도를 취한 이유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점순이는 원래 시집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나’가 결혼하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이 우스워서 놀리려고 장난을 쳤던 거지.
② 점순이가 ‘나’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점순이와 ‘나’의 관계는 아직 부녀 사이의 정만큼 끈끈하게 맺어진 정도는 아니기에 점순이로서는 당연한 행동이지.
③ 아버지가 계속해서 약속을 어기고 그로 인해 자신이 시집을 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가 직접 아버지께 말씀드리지 못하니까 ‘나’를 충동질한 것이지.
④ 당시 사회적 상황으로 여자가 직접 결혼과 관련해서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나’를 부추겼지만,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점순이’도 아버지 편을 들게 된 것 아닐까?
【해설】 ‘점순이’가 ‘나’에 대해 답답해하면서 충동질을 하고 있는 (나)와 (마)를 보면 ‘점순이’가 원래 시집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고 추리한 ①의 진술은 적절하지 않다. 【정답】 ① |
【문13】 ㉠~㉩의 뜻풀이가 옳은 것끼리 묶인 것은?
낱말 | 뜻풀이 | |
㉠ | 내외 | 부부 |
㉡ | 고대 | ‘곱게’의 방언 |
㉢ | 되알지게 | 몹시 올차고 야무지게 |
㉣ | 귀정 | 일의 결과 |
㉤ | 마슬 | 이웃에 일하러 다니는 것 |
㉥ | 찌다우 | 허물을 남에게 전가하는 짓 |
㉦ | 훅닥이었다 | 공연한 말로 꼴사납게 지껄였다 |
㉧ | 되우 | 대충 |
㉨ | 불랴살야 | 부랴사랴. 매우 부산하고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 |
㉩ | 솔개미 | ‘개미’의 방언 |
② ㉡, ㉧, ㉣, ㉥
③ ㉡, ㉤, ㉧, ㉩
④ ㉢, ㉥, ㉦, ㉨
【해설】 ㉢, ㉣, ㉥, ㉦, ㉨의 뜻풀이가 바르게 되었다. 따라서 정답은 ④이다. 【오답풀이】 ㉠ ‘내외’가 부부를 뜻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외간 남녀 사이에 서로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않고 피한다는 말로 쓰였다. ㉡ ‘고대’는 ‘이제 막’, ‘바로 곧’ 등의 뜻이 있지만, 여기서는 문맥상 ‘지금까지’를 뜻하는 말이다. ㉤ ‘마슬’이나 ‘마실’은 ‘마을’의 방언으로, 이웃집에 놀러간다는 말이다. ㉧ ‘되우’는 ‘아주 몹시’를 의미한다. ㉩ ‘솔개미’는 ‘솔개’의 방언이다. 【정답】 ④ |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14~문17】
【문14】 (가)~(라)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 : 무생물을 생물로 치환하여 표현하고 있다.
② (나) : 선경후정의 방식을 통해 자연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③ (다) : 추상적인 개념인 시간을 구체적 사물로 형상화하여 표현하였다.
④ (라) : 화자가 자연을 즐기면서도 그것이 궁극적으로 임금의 은혜라고 여기는 태도로 볼 때, 유교적 가치관이 반영되었다.
【해설】 ②는 선경후정(先景後情), 즉 서경 다음에 서정의 구성 방식이 아니다. 초가삼간이라는 공간에서 주변의 강산으로 공간이 확장되었다거나 근경에서 원경으로 확장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오답풀이】 ①은 ‘촛불’, ③은 ‘밤’과 관련된 진술이고, ④는 ‘亦君恩(역군은)이샷다’에 단서가 나타나 있다. 【정답】 ② |
【문15】 ㉠~㉣에 대한 화자의 태도와 정서가 가장 이질적인 것은?
① ㉠
② ㉡
③ ㉢
④ ㉣
【해설】 ㉡, ㉢, ㉣은 화자가 추구하거나 지향하는 사물이지만, ㉠은 영월에 유배되어 가는 단종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슬픔을 ‘촛불’에 이입하여 표현한, 화자의 감정 이입물이다. 【정답】 ① |
【문16】 (가)~(라)에서 안분지족과 물아일체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끼리 묶은 것은?
① (가), (나)
② (가), (다)
③ (나), (다)
④ (나), (라)
【해설】 (나)가 질문에 가장 잘 부합되는 작품이다. (라)도 자연 속에서 안빈낙도하는 즐거움과 군은(君恩)에 감사하는 노래이므로 (나)와 묶어 답으로 삼는다. 【정답】 ④ |
【문17】 (가)~(라)에서 임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작품끼리 묶은 것은?
① (가), (나)
② (가), (다)
③ (나), (다)
④ (나), (라)
【해설】 (가)와 (다)가 임에 대한 이별의 안타까움이나 그리움의 정서를 노래한 연정가이다. 다만 (가)는 외재적 관점에서 보면 절의(節義)에 바탕을 둔 연군(戀君)의 노래이기도 하다. 【정답】 ② |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18~문21】
【문18】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계절의 변화에 따른 대상의 차이에 주목하고 있다.
② 속세를 떠나 자연 속에서 자연과 동화된 삶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③ 설의법, 의인법, 직유법 등의 여러 가지 표현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④ 화자의 시선 이동이 좁은 공간에서 넓은 공간으로 옮겨지면서 확대되고 있다.
【해설】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도라오니’,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유여(有餘)샤[엊그제 거뭇거뭇했던 (겨울) 들판에 봄빛이 넘쳐흐르는구나.]’ 등을 보면 계절이 변화되어 나타난 봄의 현상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할 점은, ①에서 서술하고 있는 것처럼 겨울과 봄의 계절적 차이에 초점을 두어 표현하고 있는 글은 아니기 때문에 올바른 해석이라고 볼 수는 없다. ④보다는 ①의 오류가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보아 정답을 ①로 한 것이다. 【오답풀이】 ④ 본사의 끝부분에 산봉우리에 올라가 수많은 촌락과 들판을 조망하는 장면이 나타나 있다. 【정답】 ① |
【문19】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작가와 대조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로서, 화자가 안타까움을 느끼는 대상이다.
② ㉡은 ‘흥이 이에 미치겠는가’라는 의미로, 자연이 인간보다 우위에 있음을 드러낸다.
③ ㉢은 ‘저녁에 낚시하세’라는 뜻으로, 문제 해결에 있어 선공후사(先公後私)의 태도를 견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④ ㉣과 같은 백성의 삶에 대한 관심은, 위정자로서의 책임감이 반영된 결과이다.
【해설】 ① ㉠은 ‘속세에 묻혀 사는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자연과 더불어 운치 있는 풍류 생활을 하고 있는 화자는 “나처럼 산림에 묻혀 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왜 모른단 말인가?”라고 하면서 그들의 삶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오답풀이】 ② ㉡은 ‘물아일체이거니, (새와 나의) 흥이 다르겠는가?’라는 말이다. 자연과 어울려 하나가 된 즐거움을 표현한 구절이다. ③ ‘선공후사(先公後私)’란 공적인 일을 먼저 하고 사사로운 일은 뒤로 미룬다는 말이다. 지시적인 뜻풀이는 맞지만 한자 성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정답】 ① |
【문20】 이 글의 시적 화자가 지닌 삶의 태도와 가장 유사한 것은?
【해설】 ‘상춘곡’의 화자는 자연과 더불어 풍류 생활과 안빈낙도를 추구한다. ①도 자연 귀의 사상이 잘 나타나 있는 시조이다. 전원으로 돌아가 거문고와 책과 더불어 여생을 즐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오답풀이】 ② 유배지에서, 자신의 신념(임금께 충성하고 부모께 효도함)에 충실한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노래한 ‘견회요(遣懷謠)’의 한 수이다. ③ 근면과 상부상조를 권고한 ‘훈민가(訓民歌)’의 한 수이다. ④ 노래로 시름을 풀어보고자 하는 마음을 노래한 시조이다. 【정답】 ① |
【문21】 ⓐ와 유사한 발상 및 표현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해설】 ⓐ는 사물을 의인화하고 주객을 전도하여 표현한 구절이다. 하지만 ③은 끝 부분에 역설적인 표현은 나타나지만 ⓐ와 같은 표현은 나타나지 않는다. 【오답풀이】 ① 빈 병이 화자 자신을 쳐다본다고 하였다. ② 새들이 화자와 이별하는 것을 원망한다고 하였다. ④ 등불이 화자에게 속삭인다고 하였다. 【정답】 ③ |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22~문24】
(가)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까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까나
<신경림, ‘농무(農舞)’>
(나) 저무는 역두에서 너를 보냈다. 비애야! 개찰구에는 못 쓰는 차표와 함께 찍힌 청춘의 조각이 흩어져 있고 병든 역사(歷史)가 화물차에 실리어 간다. 대합실에 남은 사람들 아직도 누굴 기다려 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만나면 목 놓아 울리라. 거북이여! 느릿느릿 추억을 싣고 가거라 슬픔으로 통하는 모든 노선(路線)이 너의 등에는 지도처럼 펼쳐 있다.
<오장환, ‘The Last Train’>
(다) 나와 하늘과 하늘 아래 푸른 산뿐이로다 꽃 한 송이 피워낼 지구도 없고 새 한 마리 울어줄 지구도 없고 노루새끼 한 마리 뛰어다닐 지구도 없다 나와 밤과 무수한 별뿐이로다 밀리고 흐르는 게 밤뿐이요 흘러도 흘러도 검은 밤뿐이로다 내 마음 둘 곳은 어느 밤 하늘 별이드뇨
<신석정, ‘슬픈 구도(構圖)’>
|
【문22】 <보기>를 읽고 (가)에 대해 설명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 보 기〉
70년대 우리 작가들이 농촌문제의 형상화에 심혈을 기울인 까닭은 농촌이 산업화의 최대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농촌의 황폐화와 저임금․저곡가 체제로 인한 농촌 경제의 파탄, 이농현상으로 인한 급격한 인구 감소 등의 상황은 많은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었으며, 작품 속에서 농민은 때로 분노하거나 좌절하는 모습으로, 때로는 자각에까지 이르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었다. |
② ‘꺽정이처럼 울부짖’는 모습은, 분노와 좌절을 거쳐 자각에까지 이른 농민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③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의 원인은 ‘저곡가 체제’에 있는 것으로, 화자가 좌절하는 원인이다.
④ ‘소’가 전통적으로 농민의 모습을 상징해 왔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도수장’은 농민이 살아가기 힘든 현실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해설】 ‘꺽정이’의 울부짖음은 소외되고 무너진 농촌 현실에 대한 분노와 울분을 격정적으로 토로한다는 의미이지 ‘자각에까지 이른 농민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시는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피폐해져가는 농촌의 현실과 농민의 울분을 사실적으로 드러낸 1970년대 초의 작품이다. 【정답】 ② |
【문23】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못 쓰는 차표’와 ‘청춘의 조각’을 병치함으로써, 청춘이 되돌아올 수 없는 것임을 나타낸다.
② 화물차가 떠난 후에도 ‘대합실에 남은 사람’은 화자 자신을 객관화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③ ‘카인’은 비애를 보낸 후에도 남는 죄의식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④ 화자의 ‘비애’를 보냄으로써 겪는 해방감을, ‘목 놓아 우는’ 행동으로 표현하고 있다.
【해설】 선택지 ③의 ‘남는 죄의식’과 ④의 ‘해방감’이 상충되는 진술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둘 중의 하나가 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인은 본래 동생 아벨을 질투해 죽인 인류 최초의 살인자로서 비극적 운명을 갖고 태어난 인간의 숙명을 상징하는 존재요, 원죄 의식을 짊어진 존재이다. 4연~5연에서는 화자의 비애와 그 기원이 몹시 깊어서 화자 자신도 카인처럼 원죄 의식의 비애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결국 화자 자신이 카인과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그의 운명과 비애를 동정하고 이해한다고 보아야지 ‘해방감’을 느낀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 시는 비애의 추억이 엉킨 병든 역사를 ‘거북이’(기차)에 실어 떠나보냄으로써, 비애의 시대가 끝나기를 바라는 심정을 노래한, 일제 암흑기(1939년)의 작품이다. 【정답】 ④ |
【문24】 (다)시의 시어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1연의 ‘하늘’은 어떤 상황에서도 화자에게 의지가 되는 절대적 존재를 나타낸다.
② 3연의 ‘나, 밤, 별’이 있는 구도는 화자가 처한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③ ‘뿐이다’, ‘없다’와 같은 서술어의 반복을 통해 현재 상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다.
④ 4연의 ‘별’은 화자가 마음을 두고자 하는 곳, 즉 의지하고자 하는 대상을 의미한다.
【해설】 여기서의 ‘하늘’은 구도 속에 존재하는 사물로, 현실 자체를 의미한다. 이 시는 참담한 조국의 현실과 독립에 대한 소망을 노래한, 일제 암흑기(1939년)의 작품이다. 【정답】 ① |
【문25】 다음의 내용을 서론으로 하여 글을 쓸 때, 본론에 들어갈 내용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그동안 우리의 음악계는 전통 음악의 고유성을 무시한 채 근대화된 서구 사회의 급속한 접목으로 인하여 유입된 ‘낯선 음악’ 위주로 발전해 왔다. 그 결과 우리 전통 음악은 국민들로부터 유리되어 음악계의 한 구석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음악이 그것을 향수하는 민족의 정서와 정신을 대변한다고 할 때 이러한 음악적 환경 하에서 우리의 국민적 정서는 어찌될 것인지 우려되는 바가 매우 크다. 이에 전통 음악의 대중화를 위한 방안이 시급히 요청된다. |
② 서양 음악에 대한 이해 증진
③ 우리나라 음악 교육의 실태
④ 음악에 대한 청소년의 기호
【해설】 제시문은 우리 전통 음악이 처해 있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제시한 뒤,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따라서 ‘현황이나 실태’, ‘문제점’, ‘원인 분석’, ‘방안이나 대책’ 등과 관련된 내용이 본론의 글감이 된다. 하지만 ②는 이러한 논지에 전혀 부합되지 않기 때문에 활용할 글감이 아니다. 【정답】 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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