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법원직 9급 공무원 시험 국어 기출문제입니다.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1~2)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 입니까?
㈏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 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 근원을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고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 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알 수 없어요」(한용운)
1. 윗시는 ‘님’의 부재(不在) 속에서 ‘님’의 존재를 확인하는 역설적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님’의 표상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은?
① 오동잎
② 푸른 하늘
③ 향기
④ 해


이 시는 시상 전개 방식으로 은유법을 쓰고 있는데, 원관념을 ‘누구~(님)’으로 하고 다양한 이미지를 띠는 보조 관념으로 ‘님’을 표상하고 있다.

(가)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나)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다)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라) 근원을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마)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바)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 입니까.

㉠~㉤은 ‘누구(님)’의 보조 관념이나, ㉤의 ‘해’는 보조 관념인 저녁놀의 속성으로 제시된 것이다. ㉥은 원관념이 ‘나의 가슴’으로 시적 자아 자신을 표상하는 보조 관념이라는 것을 특히 유의해야 한다.

2. 윗시의 내용과 가장 거리가 먼 것은?
① 연가풍의 여성적 어조이다.
② 미지의 아름다운 세계를 동경하고 있다.
③ 님에 대한 동경과 구도 정신이 들어 있다.
④ 명상적이며 관념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이 시는 부재하는 ‘님’에 대한 영원하고도 간절한 사랑을 그린 일종의 연가(戀歌)이자, 불교적 명상과 구도(求道)를 노래한 관념적인 구도시로 볼 수 있다.

3. 다음 글의 밑줄 친 ‘길’과 비슷한 뜻으로 쓰인 것은?
 논두렁 길에서 시작된 나의 길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깊고도 짧았다. 어느덧 삶의 오후가 왔음을 의식한다. 약간 아쉽고 초조해진다. 갈 길은 더욱 아득해 보이는데, 근본적 문제들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 길이 내가 가야 할 길이라면 어떤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피하지 않겠다.
① 그는 그 길에 통달한 사람이다.
②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
③ 인간의 삶의 길은 결코 평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④ 그는 먼 길을 떠났다.


박이문, 「나의 길, 나의 삶」 중 결말 부분인데 마지막 문장은 원문에는 없는 것이다. 제시된 문맥에서 ‘길’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알쏭달쏭하기만’한 ‘근본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근본적 문제들은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의 길이다. 즉 ‘내가 가야 할 길’은 지향하는 전문 분야인 것이다.
① 전문 분야
② 도덕적․윤리적 도리(道理)
③ 과정
④ 여정

4. 다음 글에서 성진이 생각한 장부의 일로 알맞은 것은?
 선방(禪房)에 돌아온 성진은 팔 선녀의 미모에 도취되어 불문의 적막함에 회의를 느끼고 속세의 부귀 영화를 원하다가, 팔 선녀와 함께 인간 세상으로 추방된다.
① 용왕이 권하는 술을 거절했어야 했다.
② 한 바리의 밥과 한 병의 물과 두어 권 경문과 일 백 여덟낱 염주로 만족해야겠다.
③ 동정호와 연화봉을 들고 날 때 도술을 부리는 일은 도덕이 높고 아름다운 일이다.
④ 귀에 좋은 소리를 듣고, 은택이 백성에게 미치고 공명이 후세에 드리움이 마땅한 일이다.


제시된 지문은 ‘구운몽’(김만중)의 도입(현실) 부분을 요약한 것이다. 주인공 ‘성진’이 생각한 장부의 일은 ‘불문의 적막함에 회의를 느끼고 속세의 부귀 영화를 원하’는 것에서 유추할 수 있는데, 그것은 출장입상(出將入相)이라는 유교적․현세적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다음에 제시된 ‘구운몽’의 원문을 참조하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성진(性眞)이 여덟 선녀를 본 후 정신이 자못 황홀하여 마음에 생각하되, ‘남아(男兒) 세상에 나 어려서 공맹(孔孟)의 글을 읽고 자라 요순(堯舜) 같은 임금을 만나 나면 장수 되고 들면 정승이 되어 비단옷을 입고 옥대(玉帶)를 띠고 옥궐(玉闕)에 조회하고, ④눈에 고운 빛을 보고 귀에 좋은 소리를 듣고 은택(恩澤)이 백성에게 미치고 공명(功名)이 후세에 드리움이 또한 대장부(大丈夫)의 일이라. 우리 부처의 법문(法門)은 ②한 바리 밥과 한 병 물과 두어 권 경문(經文)과 일백여덟 낱 염주(念珠)뿐이라. 도덕이 비록 높고 아름다우나 적막하기 심하도다.’
생각을 이리하고 저리하여 밤이 이미 깊었더니 문득 눈 앞에 팔선녀 섰거늘, 놀라 고쳐 보니 이미 간 곳이 없더라. 성진이 마음에 뉘우쳐 생각하되, ‘부처 공부에 유(唯)로 뜻을 바르게 함이 으뜸 행실이라. 내 출가(出家)한 지 십 년에 일찍 반점 어기고 구차한 마음을 먹지 아니 하였더니, 이제 이렇듯이 염려를 그릇하면 어찌 나의 전정(前程)에 앉아 정신을 가드듬어 염주를 고르며 일천 부처를 염(念)하더니,
홀연 창 밖에서 동자(童子)가 부르되, “사형(師兄)은 잠들었느냐. 사부(師傅) 부르시나이다.” 성진이 놀라 생각하되, ‘깊은 밤에 나를 부르니 반드시 연고(緣故) 있도다.’ 동자와 한가지로 방장(方丈)에 나아가니, 대사 모든 제자를 모으고, 등촉을 낮같이 켜고 소리하여 꾸짖되, “성진아, 네 죄를 아느냐.” 성진이 내려 꿇어 가로되, “소자 사부를 섬긴 지 십 년에 일찍 한 말도 불순히 한 적이 없으니, 진실로 어리고 아득하여 지은 죄를 알지 못하나이다.” 대사 이르되, “중의 공부 세 가지 행실이 있으니 몸과 말씀과 뜻이라. ①네 용궁에 가 술을 취하고 석교(石橋)에서 여자를 만나 언어를 수작하고 꽃을 던져 희롱한 후에 돌아와 오히려 미색(美色)을 권련(眷戀)하여 세상 부귀를 흠모하고 불가(佛家)의 적막함을 염(厭)히 여기니 이는 세 가지 행실을 일시에 무너버림이라.”

  성진이 고두(叩頭)하고 울며 가로되, “스승님아, 성진이 진실로 죄 있거니와 주계(酒戒)를 파하기는 주인이 괴로이 권하기에 마지 못함이요, 선녀로 더불어 언어를 수작하기는 길을 빎을 말이암음이니 각별 부정(不淨)한 말을 한 배 없고, 선방(禪房)에 돌아온 후에 일시에 마음을 잡지 못하나 마침내 스스로 뉘우쳐 뜻을 바르게 하였으니, 제자 죄 있거든 사부 달초(撻楚)하실 뿐이지 차마 어이 내치려 하시나이까. 사부 우러르기를 부모같이 하니 성진이 십이 세에 부모를 버리고 스승님을 좇아 머리를 깎으니 연화 도량(蓮花道場)이 곧 성진의 집이니 나를 어디로 가라 하시나이까.”
 대사 이르되, “네 스스로 가고자 할 새 가라 함이니 네 만일 있고자 하면 뉘 등히 가라 하리오. 네 또 이르되 ‘어디로 가리오.’ 하니 너의 가고자 하는 곳이 너의 길 곳이라.” 대사 소리질러 가로되, “황건역사(黃巾力士) 어디 있나뇨.” 홀연 공중으로서 신장(神將)이 내려와 청령(聽令)하거늘, 대사 분부하되, “네 죄인을 영거(領去)하여 풍도(豊都)에 가 교부하고 오라.”

5. 다음 글의 괄호 안에 들어갈 알맞은 용어는?
우리의 작업은 많은 논쟁의 과정을 겪어야 할 것이며, 제창과 부정, 그리고 종합의 ( )적 연구를 거듭해야 할 것이다. 이 자리서 필자가 지도할 수 있는 것도 그러한 논쟁을 위한 말문을 여는 일을 넘어서는 어렵다.
① 귀납법
② 연역법
③ 변증법
④ 추리와 상상


‘정(正)-반(反)-합(合)’의 결론 도출 방식인 변증법적 추론 방식의 기본 개념을 묻는 문제로 제시된 지문의 ‘제창[正]과 부정[反], 그리고 종합[合]’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6. 다음 중 ㉠과 ㉡의 관계를 바르게 설정한 것은?
 문화형의 존재는 ㉠사회의 존재와 활동에 필요한 것처럼, ㉡사회의 존속에도 필요한 것이다. 사회는 그 신참자들에게 그들이 차지한 위치에 따른 문화형을 교육하고 지위를 줌으로써, 사회 구성원이 세대 교체를 거듭해도 그 구성원의 생사(生死)와 관계 없이 그 사회가 존속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구성원 각자는 그 사회의 문화형을 배움으로써 - 이런 학습을 개인의 사회화라 한다. - 그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공유(共有)하는 행동 양식을 습득하고, 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사회의 일원(一員)으로 존재하고 생활하게 된다.
① 공시적 - 통시적
② 전통적 - 보수적
③ 현실적 - 이상적
④ 역사적 - 사회적


국어 교과서(상)에 실려 있는 ‘인간의 특징(김형석)’이라는 논설문의 한 부분이다. 비교적 어려운 문제이다. 앞에 진술되었을 글의 내용과 진술한 글의 내용을 파악하라는 문제이다.

‘㉠사회의 존재’에 필요한 문화형은 바로 앞에서 진술된 것인데 이것은 ‘㉡사회의 존속’과는 관점을 달리한 내용이라는 것을 문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필자는 ㉡을 ‘사회 구성원이 세대 교체를 거듭해도 그 구성원의 생사(生死)와 관계 없이 그 사회가 존속하게 하는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상술하여, 시간이 흐름을 주목한 ‘통시적’ 관점에서 문화형은 그 사회의 동일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는 의미로 설명하고 있다.

즉, ㉡은 통시적․역사적 관점에서 문화형의 필요성을 말한 것이고 이와 관점을 달리한 ㉠은 공시적․사회적 관점에서 문화형을 말한 것이다. 선지 ②의 ‘전통적-보수적’은 동일한 관점을 띠는 말로 문맥과는 관계 없는 것이다.

7. 하근찬의 ‘수난 이대’에서 주인공의 범속한 성격과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를 엿볼 수 있는 것은?
① 만도는 물기슭에 내려가서 쭈그리고 앉아 한 손으로 고의춤을 풀어 헤졌다. 오줌을 찌익-깔기는 것이었다.
② 언젠가 한 번 읍에서 술이 꽤 되어 가지고 흥청거리며 돌아오다가, 물에 굴러 떨어진 일이 있었던 것이다.
③ 물이 선뜩해서 아래턱이 덜덜거렸으나, 오그라붙은 사타구니께를 한 손으로 꽉 움켜쥐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④ 내리막은 오르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대고 팔을 흔들라치면 절로 굴러 내려가는 것이다.


좋은 문제로는 볼 수 없다. 국어 교과서(상)에 실려 있는 「수난 이대」의 내용을 충분히 파악한 것을 전제로 출제한 문제이다.

(가) “아들이 돌아온다. 아들 진수가 살아서 돌아온다. 아무개는 전사했다는 통지가 왔고, 아무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통 소식이 없는데, 우리 진수는 살아서 오늘 돌아오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어깻바람이 날 일이다. 그래 그런지 몰라도, 박만도(朴萬道)는 여느 때 같으면 아무래도 한두 군데 앉아 쉬어야 넘어설 수 있는 용머리재를 단숨에 올라채고 만 것이다. 가슴이 펄럭거리고 허벅지가 뻐근했다. 그러나 그는 고갯마루에서도 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들 건너 멀리 바라다 보이는 정거장에서 연기가 물씨물씬 피어오르며 삐익하고 기적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아들이 타고 내려올 기차는 점심때가 가까워서야 도착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었다. 해가 이제 겨우 산등성이 위로 한 뼘 가량 떠올랐으니, 오정이 되려면 아직 차례 먼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공연히 마음이 바빴다.
‘까짓것, 잠시 앉아 쉬면 뭐 할 끼고.’ / 손가락으로 한쪽 콧구멍을 찍 누르면서 팽! 하고 마른코를 풀어 던졌다. 그리고 휘청휘청 고갯길을 내려가는 것이다.

(나) ④내리막은 오르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대고 팔을 흔들라치면 절로 굴러 내려가는 것이다. 만도는 오른쪽 팔만을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왼쪽 팔은 조끼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고 있는 것이다.
 ‘삼대 독자가 죽다니 말이 되나. 살아서 돌아와야 일이 옳고 말고, 그런데 병원에서 나온다 하니 어디를 좀 다치기는 다친 모양이지만 설마, 나같이 이렇게사 되진 않았겠지.’
 만도는 왼쪽 조끼 주머니에 꽂힌 소맷자락을 내려다보았다. 그 소맷자락 속에는 아무것도 든 것이 없었다. 그저 소맷자락 그것뿐이 어깨 밑으로 덜렁 처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노상 그 쪽은 조끼 주머니 속에 꽂혀 있는 것이다.
 ‘볼기짝이나 장딴지 같은 데를 총알이 약간 스쳐 갔을 따름이겠지. 나처럼 팔뚝 하나가 몽땅 달아날 지경이었다면 그 엄살스런 놈이 견뎌 냈을 턱이 없고말고.’ / 슬며시 걱정이 되기도 하는 듯 그는 속으로 이런 소리를 주워 섬겼다.

(다) 내리막길은 빨랐다. 벌써 고갯마루가 저만큼 높이 쳐다보이는 것이다. 산모퉁이를 돌아서면 이제 들판이었다. 내리막길을 쏘아 내려온 기운 그대로, 만도는 들길을 잰걸음쳐 나가다가, 개천 둑에 이르러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는 조그마한 시냇물이었다. 한여름 장마철에는 들어설라치면 배꼽이 묻히는 수도 있었지마는, 요즈막엔 무릎이 잠길 듯 말 듯한 물인 것이다. 가을이 깊어지면서부터 물은 밑바닥이 환히 들여다보일 만큼 맑아져 갔다. 소리도 없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물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으면, 절로 이뿌리가 시려 것이다.

(라) ①만도는 물 기슭에 내려가서 쭈그리고 앉아 한 손으로 고의춤을 풀어 헤쳤다. 오줌을 찌익 ― 깔기는 것이었다. 거울면처럼 맑은 물 위에 오줌이 가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뿌우연 거품을 이루니 여기저기서 물고기 떼가 모여들었다. 제법 엄지손가락만씩한 피리도 여러 마리였다. / ‘한 바가지 잡아서 회 쳐 놓고 한 잔 쭈욱 들이켰으면⋯⋯.’ / 군침이 목구멍에서 꿀꺽했다. 고기떼를 향해서 마른코를 팽팽 풀어 던지고, 그는 외나무다리를 조심히 딛는 것이었다. / 얼마 길이가 되지 않는 다리였으나, 아래로 물을 내려다보면 제법 어찔하기도 했다. 그는 이 외나무다리를 퍽 조심하는 것이다.

(마) ②언젠가 한 번 읍에서 술이 꽤 되어 가지고 흥청거리며 돌아오다가, 물에 굴러 떨어진 일이 있었던 것이다. 지나치는 사람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누가 보았더라면 큰 웃음거리가 될 뻔했었다. 발목 하나를 약간 접쳤을 뿐, 크게 다친 데는 없었다. 이른 가을철이었기 때문에 옷을 벗어 둑에 널어 넣고 말릴 수는 있었으나, 여간 창피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옷이 말짱 젖었다거나 옷이 마를 때까지 발가벗고 기다려야 한다거나 해서가 아니었다. 팔뚝 하나가 몽땅 잘라져 나간 흉측한 몸뚱어리를 하늘 앞에 드러내놓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지나치는 사람이 있을라치면, 하는 수 없이 물 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얼굴만 내놓고 앉아 있었다. ③물이 선뜩해서 아래턱이 덜덜거렸으나, 오그라붙은 사타구니께를 한 손으로 꽉 움켜쥐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 “흐흐흐⋯⋯” /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곧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하늘로 쳐들린 콧구멍이 연신 벌름거렸다.

 (나)에서 서술된 내용은 ‘만도’의 아들에 대해 불안감인데, (라)에서 ‘만도’는 긴장을 풀기 위해, 즉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오줌을 찌익―깔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묘사는 또한 그저 범속한(평범하고 속된) 만도의 성격이 해학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③은 곤란한 상황에 처한 만도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만도’의 부끄러움과 쑥스러움을 짐작할 수 있다.

8. 다음 문장 중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이분법적 사고에만 의존하는 데서 발생하는 논리적 오류에  가까운 것은?
① 사람으로서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면 반드시 사람 사이에 살고, 사람 사이에서 울고 웃고 부대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② 가진 것이 없더라도 가진 듯하고,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해도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이 가져다 줄 듯하다.
③ ¹천하에 두 개의 큰 기준이 있으니, 하나는 시비(是非)의 기준이고 하나는 이해(利害)의 기준이다.
²천하에 두 개의 큰 기준이 있으니, 하나는 시비(是非)의 기준이고 하나는 이해(理解)의 기준이다.
④ 기예를 이용하면 많은 이로움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이분법적 사고에 의존하는 데서 발생하는 논리적 오류는 흑백 논리의 오류이다. 흑백 논리의 오류는 제3의 중간적 요소가 있는 반대 관계를 갖는 개념을 중간적 요소가 없이 두 개념의 대립만이 있는 모순 개념으로 생각하는 오류를 만한다. ①에서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면 반드시 사람 사이에서 살고 …’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아름다운 사람의 조건으로 반드시 인간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을 제시한 것이다. 이것은 사람 사이에 살지 않으면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 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화자는 사회적 삶을 영위하는냐 그렇지 않느냐라는 긍정과 부정의 이분법적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 사이에서 사는 것 외에도 사회와는 다른 자연에서 살 수도 있는 것이고 사회와 자연을 동시에 오가는 삶을 살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③번 문제인데, 본래 문제에서 ‘두 개의 큰 기준’으로  ¹‘시비(是非)’의 기준과 ‘이해(利害)’의 기준으로 출제한 것인지  ²‘시비(是非)’의 기준과 ‘이해(理解)’의 기준으로 출제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둘 중 어느것으로 보더라도 이분법적 사고에 의존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전자의 경우, 시비(是非)는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이고, 이해(利害)는 이익과 손해를 가리는 것인데 시비(是非)와 이해(利害)는 반대 개념이 될 수 없다. 반대 개념이란 예를 들어 ‘흑색-백색’, ‘크다-작다’, ‘높다-낮다’ 등을 들 수 있는데 서로 상반된 속성를 갖고 있는 것이어야 한다. 만약 ‘두 기준’으로 ‘시비(是非)’의 기준, ‘두 기준’으로 ‘이해(利害)’의 기준 중 하나를 말했다면 반대 관계가 될 수 있다. 이제 후자의 경우이다. 이 문맥에서 ‘이해(理解)’라는 말은 사정을 참작하여 납득한다는 뜻의 양해(諒解)와 유사한 말인데, 이는 옳고 그름을 가려서 그른 쪽을 버리거나 처벌하지 않고 용서한다는 뜻과도 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것을 고려할 때 ‘시(是)’와 ‘비(非)’의 반대 개념 사이에 ‘이해(理解)’라는 중간항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즉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9~10)
 “하늘이 백성을 낳으실 제, 그 갈래를 넷으로 나누셨다. 이 네 갈래의 백성들 중에서 가장 귀한 이가 선비이고, 바로 선비를 불러 ‘양반’이라 한다. 이 세상에서 양반보다 더 큰 이문이 없음이라. 이들은 제손으로 농사도 장사도 할 것 없이 옛 글이나 역사를 대략만 알 정도이면 곧 과거를 치러 크게 되면 문과요, 작게 이루더라도 진사는 떼어 놓은 것이다. 문과의 홍패(紅牌)야말로 길이가 두 자도 못되어 보잘 것이 없지만, 온갖 물건이 예서 갖어 나게 되니 이는 곧 돈자루나 다름 없다. 그리고 진사에 오른 선비는 나이 서른에 첫 벼슬을 하더라도 오히려 늦지 않아서, 이 높은 음관에 될 수 있고, 게다가 남인(南人)에게 잘 보인다면 수령 노릇을 하느라고 귓바퀴는 일산(日傘) 바람에 해쓱해지고, 배는 헌 사령들의 ‘예이’하는 소리에 살지게 되는 법이다.” 증서가 겨우 이룩되었다. 부자는 어이없어서 혀를 내밀어 보이며 말했다.
“아이구, 그만두시유, 참 맹랑합니다 그려, 당신네들이 나를 도둑이 되라 하시유”하고, 머리채를 휘휘 흔들면서 달아나 버렸다.
9. 윗글의 결말로 보아 지은이의 궁극적인 의도를 볼수 있는 것은?
① 양반들의 부귀영화는 타고난 것이다.
② 신분상승을 꾀하는 부자를 비판한 것이다.
③ 양반의 무능함과 횡포를 비난한 것이다.
④ 봉건적 신분 제도를 칭송한 것이다.


양반의 신분을 사려고 한 ‘부자’가 ‘증서’에 기록되는 내용을 보고 ‘도둑’이라고 말한 것은 양반의 횡포와 무능함을 말한 것이다. 특히 양반의 무능함을 비판하고자 한 것은 ‘본문에 나오는 ‘진사에 오른 선비는 나이 서른에 첫 벼슬을 하더라도 오히려 늦지 않아서, 이 높은 음관에 될 수 있고, 게다가 남인(南人)에게 잘 보인다면 수령 노릇을 하느라고’에서 알 수 있다.

10. 윗글의 밑줄 친 부분이 풍자하는 모습을 구체화한 한자 성어는?
① 무위도식(無爲徒食)
② 수주대토(守株待兎)
③ 음풍농월(吟風弄月)
④ 교언영색(巧言令色)


11. 다음 글은 어떤 문학 장르에 대한 설명인가?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적 운율감을 기초로 일반 민중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사람의 입을 통하여 전해지는 노래이며 그 속에서 그 민족, 민중, 공동체의 희비애환이 담겨 있어 보편적인 감정을 노래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서적 가치를 지닌다.
① 가사
② 민요
③ 시조
④ 경기체가


12. 1960년대 우리 사회가 산업화․도시화를 향해 변화하던 시대상을 노래한 시는?
①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김광섭, ‘성북동 비둘기’)
② 혼자는 아니다/누구도 혼자는 아니다/나도 아니다.(김남조, ‘설일’)
③ 껍데기는 가라./사월도 알맹이만 남고/껍데기는 가라.(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④ 풀이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김수영, ‘풀’)


② 삶의 고독과 괴로움을 구도적 자세로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인생론적인 시이다.
③ 외세의 지배로 인한 남북 분단의 현실과 무력적인 군사 정권의 억압이라는 부정적인 현실로부터 탈피하여 순수한 민족의 삶을 영위하자는 주제 의식을 갖는 현실 참여시이다.
④ 불의한 권력의 억압에 능동적으로 맞서는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을 노래한 현실 참여시이다.

13. 다음 중 관용적 표현으로 쓰인 것이 아닌 것은?
① 그는 발이 넓어 아는 사람이 많다.
② 오늘 손이 모자라서 일이 늦게 끝났다.
③ 영희는 입이 짧아 가리는 음식이 많다.
④ 철수는 눈이 밝아 먼 데 있는 물건도 잘 본다.


관용적 표현 중 숙어를 묻는 문제이다. 숙어는 일반적으로 객관적 현실에서 벗어난 내용을 담은 표현이나, 어법에 어긋난 표현으로 그 자체의 의미에서 벗어난 다른 의미가 사회성을 얻어 통용되는 표현을 말한다.
① 밟이 넓다 : 아는 사람이 많다.
② 손이 모자라다 : 일 할 사람이 부족하다.
③ 입이 짧다 : 식성이 까다롭다.

14. 다음 윤동주의 시 작품 중 양심과 존엄성 회복을 다짐하는 내용은?
①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우에/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간“)
②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별 헤는 밤’)
③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었다.(‘또 다른 고향“)
④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서시“)


① 궁지에 몰려서도 슬기롭게 ‘간’을 지킨 ‘토끼’와 죄 아닌 죄를 짓고 속죄양이 될 수밖에 없었던 ‘프로메테우스’라는 설화 속의 모티프를 사용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양심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노래한 작품이다.

② 과거 고향을 회상하며 현재의 부끄러운 삶을 성찰하는 태도를 담은 작품이다.

③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부끄러운 현상적 자아를 탈피하여 새로운 이상적 자아를 추구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④ 식민지 상황에 처해 있는 젊은 지식인인 시적 자아의 괴로움과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한 시이다.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15~16)
참으로 어머니는 저 하늘에 빛나는 맑은 ㉠별과 같이도 순수합니다. 그것이 무에 이상할 것이 있겠습니까? 아무것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우리는 어머니 ㉡피로부터, 어머니 정신으로부터 어머니의 진통으로부터 나온 까닭이올시다.
 어머니는 우리의 ㉢뿌리인 것입니다. 어머니는 인간의 참된 ㉣조국(祖國)인 것입니다.

15. 지은이의 대상에 대한 태도는?
① 주지적
② 관조적
③ 직설적
④ 예찬적


진술 대상인 어머니의 사랑을 예찬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16. 윗글 ㉠~㉣ 중 가리키는 바가 다른 하나는?
① ㉠
② ㉡
③ ㉢
④ ㉣


비유법의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파악하라는 문제이다. 원관념은 ‘어머니’이고 그것을 형상화한 보조 관념이 ‘별’, ‘뿌리’, ‘조국’이다.

17. 윗글의 제목을 붙인다면 알맞은 것은?
① 나의 조국
② 어머니의 사랑
③ 모송론(母頌論)
④ 조국 사랑


김진섭의 「모송론」이다.

18. 다음 중 판소리의 ‘아니리’에 해당하는 것은?
① 동편 처마 담장 밑에 기름 놓고, 신짝 놓고, 박을 따독따독 잘 묻었겄다.
② 가난이야, 가난이야, 원수년으 가난이야
③ 실근 실근 실근 실근 실근 실근 식삭 시르렁 실근 실근 식삭 실근실근 시르렁 시르렁 시르렁 식식 식삭
④ 아이고, 좋아 죽겠다. 팔 빠져도 그저 부어라, 부어라, 부어라, 부어라, 부어라, 부어라, 부어라


판소리 「흥보가」. ① 소리꾼이 직접 사건을 전달하고 있는 대목으로 아니리이다. ② 진양조. ③ 휘몰이. ④ 잦은 휘몰이.

▶ 판소리의 요소
(1) 창(唱)
  ① 진양조 : 한가하고 서정적인 대목과, 비장한 느낌을 주는 대목에 주로 쓰여 애연조(哀然調)의 슬프고 무거운 느낌을 줌
  ② 중몰이 : 담담한 사연을 서술하는 대목이나 서정적 대목에 많이 쓰여 안정되고 화평한 느낌을 줌
  ③ 중중몰이 : 춤추거나 활보하는 등의 경쾌한 움직임이 있는 대목에 주로 쓰여 흥겹고 우아한 느낌을 줌.
  ④ 잦은몰이 : 신속하게 진행되는 사건을 묘사하거나 여러 사건을 경쾌하게 나열하는 대목에 쓰여 명랑하고 상쾌한 느낌을 줌.
  ⑤ 휘모리 : 잦은몰이를 더욱 빠르게 휘몰아 나가는 가장 빠른 장단. 어떤 일이 매우 빠르게 벌어져서 급박한 대목이나 사건이 절정에 이를 때 쓰여 흥분과 격동적인 느낌을 줌.
  ⑥ 엇몰이 : 기본 장단을 뒤섞은 일종의 파생 장단. 평화롭고 경쾌한 느낌을 줌.

(2) 아니리 : 창을 하는 중간 중간에 사건을 요약하거나 인물 묘사를 하는 부분. 창자(唱者)의 주관적 해설이 첨가되기도 함.

(3) 너름새(발림) : 창자(唱者)의 몸짓.

(4) 추임새 : 고수(鼓手)와 관중의 탄성. 창자․고수․관중이 일체가 되게 하여 무대가 관중석까지 확장되고, 소리판 전체의 극적 통합을 이루는 기능을 한다.

19. 다음 작품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끼리 알맞게 연결된 것은?
① 작자 미상의 ‘유산가’ - 한림별곡
② 이해조의 ‘옥중화’ - 심청전
③ 이인직의 ‘은세계’ - 최병도 타령
④ 박경리의 ‘토지’ - 홍루몽


① ‘유산가’는 조선 후기 18세기에 성행한 잡가의 한 작품으로 고려 시대 사대부들이 향유했던 경기체가의 효시인 ‘한림별곡’과는 별 관계가 없다.
② ‘옥중화’는 판소리계 소설 ‘춘향전’을 이해조가 개작한 소설이다. ‘심청전’의 개작 소설은 ‘강상련’이다.
③ ‘은세계’의 전반부가 당시 유행했던 판소리 ‘최병도 타령’을 개작한 부분이다.
④ ‘홍루몽’은 중국 청나라 때 조설근이 지은 장편 소설로 ‘토지’와는 관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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